일에 대한 단상, 나는 왜 일하는가

일에 대한 단상, 나는 왜 일하는가

 

회사에서 퇴근 직전 급한 일이 생겨

늦게까지 마무리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왜 일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해 봤습니다.

 

저는 대기업 4년 차인 사원입니다.

B2B 기술영업직을 하고 있고, 주된 업무는 서류 작업과

고객 대응입니다.

돈을 엄청나게 많이 받는 것은 아니지만

삼성전자, SKT, 현대자동차 등

정말 큰돈을 받는 회사에 비하면 소득은

보잘것없는 편입니다.

그래도 워라밸은 좋은 직장이라

꽤나 만족하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 주식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부동산에 대해서 공부를 시작하면서

약간의 현타(?)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투자에 대해 공부하고, 실제로 투자를 시작하면서

노동소득에 대한 의욕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1. 투자와 노동의욕

 

제대로 된 투자 시작 시점에는

노동에 대한 의욕을 가지기 위한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합니다.

 

제가 처음 투자를 시작한 것은 코로나 국면 시작 전인

2020년 초입니다.

사실 그때에는 주식이 무엇인지를 잘 몰라서

주식을 샀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생각이 없었어요.

 

첫 주식을 구매한 지 꼬박 1년이 조금 넘었을 시점

매주마다 경제 관련 책을 두 권씩 읽기로 결심하고

열심히 읽다 보니

이전까지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투자 방법과

투자 대상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노동소득을 뛰어넘는 자본소득을 만들어

경제적인 자유를 얻고 싶은 마음이 커지고

아직은 투자에 대해 공부할 것이 많고, 이것에 집중하다 보니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노동에 대해서

귀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옅어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유튜브 채널과 책에서

"근로소득"의 힘과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근로소득이라는 것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

바로 경제적 자유라는 생각 때문인 것 같습니다.

 

2. 노동의 성격

 

떨어진 근로의욕을 몸에 덕지덕지 붙이고

집에 들어와, 밥을 먹었습니다.

밥 먹은 후에 설거지를 하는데, 웃기게도

설거지가 참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무런 생각 없이 내 앞에 펼쳐진, 더러워진 식기들을

깨끗하게 씻어내기만 해도

잘했다고 스스로 평가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누가 옆에서 잘했다고 칭찬은 안 해줄지라도)

 

회사에서는 어떤 일을 마치더라도

남들은 물론이고 스스로도 "잘했다"라고 평가할 만한

일이 많이 없습니다.

 

일이 많아 바쁘기도 하고, 그 결과물이

내 눈앞에 나타나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설거지는 최소한 내 눈앞에 깨끗한 식기들이 있기라도 하지요.

 

단순 노동이 더 좋아 보인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때로는 회사에서 어려운 일을 해냈을 때

깊은 성취감이 느껴질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두 노동 모두를 적절하게 할 수만 있다면

그것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밥 벌어먹기와 경제적 자유

 

최근 읽은 책 중에 "아들아, 돈 공부해야 한다"에서

저자는 우리의 인생이 밥 벌어먹는 인생이라고 말합니다.

어떤 형태의 일을 하든, 그 목적에는

밥 벌어먹는 것이 있다고 하더군요.

 

이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 가정의 가장이, 30년간의 회사생활을 마치고

퇴직을 한 다음에 하는 말이라서 그런지

마음을 꽤나 울렸습니다.

 

경제적 자유는 바로 이 "밥 벌어먹는" 인생에서

내가 조금 더 즐거워하는 일,

조금 더 성취감을 느끼는 일,

조금 더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경제적 자유를 얻었다고 해서 노동을 멈추는 게 아니라

더욱 노동을 하게 될 수도 있을 듯합니다.

 

그저 막연히 밥 벌어먹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내게 의미있는 일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단순한 노동이 될 수도 있고,

사업이 될 수도 있고, 지금과 같은 사무직이 될 수도 있죠.

 

그렇기 때문에

오늘은 비록 지금 하는 일에 대한 회의감이 있었지만

언젠가는 이 일에서도 보람과 재미를 느껴가는

그날을 기대해 봅니다.